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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사는 동네로 간다
 
윤정웅 부동산 칼럼리스트   기사입력  2019/07/05 [16:09]

‘추위에 떨어본 사람일수록 태양의 따뜻함을 알고, 삶의 괴로움을 겪어온 사람일수록 생명의 존귀함을 안다.’고 어떤 시인은 말했다. 

오랜 기간 집이 없이 셋방살이를 해온 사람이라면 우리들의 생활에 있어서 얼마나 집이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지난 1년 동안 집으로 줄다리기를 했을 것이다.

지역도 괜찮고, 구입자금도 크게 부담가지 않은 곳의 작은 집을 눈여겨보았으나 갭투자자들이 자고나면 사버리는 바람에 다 빼앗겨 버린 셈이다. 

이 정부 대책에 집값이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1년여를 참아 왔으나 값은 내리지 않고, 오히려 오르고 있다하니 씁쓸한 마음을 달래기가 거북스러우리라.

여기저기 집을 사버린 다주택자와 미처 사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지난 1년 동안 값이 오르느냐? 내리느냐? 를 놓고 눈치작전을 펴왔으나, 이제 더 이상 눈치싸움을 하지 못하고 시합이 끝나가는 형국이다. 

 

결국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는 무승부가 된다면 앞으로 집값은 어떻게 움직일까?

지금의 주택시장을 전국적으로 보면 ‘거래두절’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지난 달 국내에서 이동한 인구수는 56만 9000명으로 1975년(48만 460명) 이후 최저치라 한다. 주택거래가 없어 서로 이사를 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사를 가고 싶어도 집이 안 팔리기에 그 자리에서 그대로 살고 있는 셈이다.

기존 주택만 안 팔리는 게 아니라, 신규입주 아파트도 인구이동이 줄었다고 하니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알고도 남음이 있겠다. 세종. 경기. 제주만 순유입 인구가 늘었고, 나머지 지방은 전멸이다. 그런 와중에 정부에서는 강남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다. 또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이겠지.

앞으로 집을 꼭 사야 할 실수요자들 참고 하시라. 이왕 사려면 똘똘한 한 채를 사려고 온갖 정보를 수집하시리라. 집 한 채에 15억 이상이거나 20억 하는 서울 몇 곳을 빼놓고는 대개 거기서 거기다. 부동산전문가로서 내 집 마련에 한 마디 조언을 드린다면 다음 세 가지를 참고하시라는 당부를 드린다.

 

첫째, 나는 작은 집을 살지라도 그 동네나 그 아파트 단지가 큰 집 또는 큰 평형으로 구성되어 있는 곳에서 집을 사라. 작은 집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고, 중소형 규모로 꾸며진 아파트 단지는 가지 않음이 재테크의 원칙이다. 그런 집은 팔고 사기는 쉬워도 값이 오르지도 않고 교통 측면에서 취약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갭투자를 할 때에는 그런 곳의 집을 사야 전세나 월세를 놓기 쉽고, 급할 때 팔기가 쉽다. 큰 집을 지니는 것과 작은 집을 지니는 처지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50평 이상 큰 집을 유지하려면 일상 생활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그런 집을 가진 사람들은 잘 사는 사람들이다.

둘째, 집을 사도 잘 사는 동네에 사고, 땅을 사도 잘 사는 동네에 사는 게 원칙이고 경험이다. 잘 사는 동네? 그걸 어떻게 아냐? 

아파트 단지는 지하 주차장을 내려가 보면 알 수 있고, 주택촌은 골목을 한 바퀴 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주차장을 가보지도 않고, 골목을 돌아보지도 않고 집을 사더라.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43세쯤 돼야 한다. 그때까진 안 먹고 안 써야 한다. 그나마 38-43%의 대출을 끼어야 한다. 아주 가난한 사람들은 56세쯤 돼야 집을 사게 되는데 환갑이 내일 모래다. 이렇게 중요한 집을 아무 곳이나 사야 되겠는가? 첫 집 한 채 잘 사고 못사는데 부동산 운명이 걸렸다고 봐야 한다.

아파트를 구경했으면 중개업자 따라 그냥 부동산사무실로 가지 말고, 그 아파트 지하로 내려가서 주차해 있는 자가용을 살펴야 한다. 지하 2층까지 있는 아파트라면 다 봐야 한다. 요즘은 세대 당 승용차 2대나 3대가 기본이다. 주차장에 있는 차들이 대형승용차가 많으면 잘 사는 동네다.

국산차 외제차 구별하지 말고 작은 차들이 많은 동네는 가난한 동네이고, 3,000cc이상 큰 차가 많은 동네는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다. 당신도 차를 가지고 계시겠지. 소형차 운행과 대형차 운행에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는지는 알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셋째, 1층 쓰레기 처리장과 분리수거 처리장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잘 사는 동네는 그러한 시설이나 처리과정이 정갈하게 돼있고, 못사는 동네는 아무데나 버렸기 때문에 냄새나며 파리 우굴 거린다. 또 엘리베이터 입구에 온갖 광고지 붙어 있고, 편지함이 엉망인 곳은 못 사는 동네다.

 

그렇다면 집을 살 때 왜 잘 사는 동네에서 사야 하는가? 삼밭에서 삼과 함께 자란 쑥은 삼처럼 자란다. 그냥 들판에서 자란 쑥은 아무렇게나 자란다. 당신의 자녀들이 삼처럼 자랐으면 좋겠는가? 그냥 쑥처럼 자랐으면 좋겠는가? 봉생마중(蓬生麻中)이라 했다. 그리고 부동산은 이웃의 운명에 따라 내 운명도 결정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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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05 [16:09]   ⓒ 전국아파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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