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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부동산 값
 
윤정웅 부동산 칼럼리스트   기사입력  2019/11/22 [14:36]

부동산시장의 전망에는 언제나 ‘값이 오른다’는 측과 ‘값이 내린다’는 측이 있게 마련이다. 지금도 그렇다. 어떤 전문가들은 더 오를 것이라 하고, 어떤 연구단체에서는 내릴 것이라 한다. 필자는 앞으로도 서울은 강보합세로 예측하고, 수도권과 광역시는 약보합, 지방은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부에서 2년 반 동안 부동산 값이 오르지 못하도록 열일곱 번 대책을 내놨고, 마지막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라는 규제카드를 동별로 지정해서 내놨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값이 올랐던 곳의 숨통을 조였다고 생각하겠지만, 해당 지역의 공기는 아직도 뜨거운 곳이 많다.

 

만일 앞으로도 값이 오른다면 다음에 나올 대책은 ‘대출규제’와 ‘세금증가’다. 국민들에게는 좀 혹독하다 하겠지만 처음부터 ‘대출규제’와 ‘세금증가’를 했더라면 부동산시장은 지금도 조용히 있을 것이다. 후회하기 싫은 후회, 형편이 안 되어 집 못산 사람들과 설마 하다가 집 못산 사람들은 또 후회할 수밖에 없으리라.

 

아무튼 지난 1-2년 동안 강남 집값 상승과 그 외 서울 집값 상승을 보노라면 국토교통부를 믿는 당신도 바보였다. 시기적으로 또는 정기적으로 오르게 돼 있는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미리 읽지 못하고, 재탕, 삼탕했던 회초리대책으로 오르는 시장을 막으려 했음은, 흐르는 강을 삽으로 막는 일이나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전국의 부동산시장이 집값으로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시중에는 돈이 돌지 않아 구축주택시장이나 상가시장, 오피스시장은 침만 삼키고 있다. 경기도 갈수록 좋지 않고, 중소기업도 문을 닫는 업체가 늘어간다. 잘 해오던 가게가 문을 닫으면 실업자는 또 늘어난다.

우리나라 취업자 중 약 30%는 자영업자 아니던가? 자영업자가 문을 닫게 되면 본전까지 까먹기 때문에 한 집안이 망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도 작으나마 땅에 투자를 해둔 사람들은 안심이다.

정부가 집과 싸우는 사이 수도권 개발지나 개발예정지에 땅을 산 사람들은 재미를 보고있다. 땅값이 야금야금 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어찌됐건 집이나 땅을 사둔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지만, 값이 내릴 것으로 믿고 기다린 사람들은 후회가 막심하다. 부동산에 대한 후회는 5-6년마다 반복되는 후회다.

 

서울 집값이 오르다 보니 요즘은 부동산시장이 많이 젊어졌다. 공인중개사 시험장에도 20-30대가 40%이고, 땅에 돈을 묻겠다는 젊은 투자자들이 매일 평택. 화성. 안성 등 개발지를 누리고 있다. 1억이나 2억의 작은 돈이 땅을 찾아 헤매지만, 작은 땅은 없고, 5억이나 10억의 큰 땅만 있으니 보고 못 먹는 떡이다.

벌써 입동(立冬)이 지나고 소설(小雪)을 맞게 되다보니 겨울 문턱을 넘었다. 40세 이전 팔팔하던 그 시절에는 시간도 더디 가고, 한없이 느리게느껴졌지만, 50이 되어 인생반환점 돌고 나니 시간과 세월은 KTX를 타는 것보다 더 빠르다.

누군가 말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얇고 얇은 것이어서 첫 집 장만한 일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첫 집 장만이 그 정도로 어렵다는 이야기다. 옛날에는 쌀 몇 가마 값이었는데 지금은 열손가락으로 억(億)을 헤아려야 한다.

 

부동산시장이 참 묘하다. 값이 내릴 것으로 믿고 부동산을 안 사게 되면 2년이 못가서 값이 오르고, 값이 오를 것으로 믿고 대출 잔뜩 안고 부동산을 사놓게 되면 값이 내려 손해를 보게 된다. 이 시간도 손해보고 있는 사람이 엄청 많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린 부산은 하루에 1억씩이 오른다고 아우성이고, 분양가 상한제에서 누락된 과천은 집값이 서초동을 뛰어 넘었다고 아우성이다. 사람팔자나 부동산팔자나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국내 경제 여건이나 부동산대책 내용으로 봤을 때 집값은 오를 리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지역적으로 계속 오르고 있는 곳이 많다. 왜 오를까? 값이 오르는 이유는 시중에 떠도는 1,000조의 자금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금리가 낮아 은행에다 놔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금고에다 넣어둘 수도 없는 일이다. 집이고, 땅이고, 오피스텔이고 안정된 곳에 묻어놔야 편하게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 생기면 땅 사놓는 게 부자 되는 길이었으니까.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6월 중 통화 및 유동성’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금통화가 108조원, 요구불예금이 236조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529조원, 단기금융편드가 55조원, 금융투자협회 자산관리잔액이 49조원으로 모두 977조원이다. 이 많은 돈이 부동산에 몰리니 그게 큰일이다.

 

강남 재건축은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비상이 걸렸다. 조합원들에게는 3.3㎡당 4,800만원에 분양을 해야 하고, 일반분양자에게는 3,000만원씩 분양을 해야 한다. 그런 법이 어디 있겠는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조합원들의 목을 죄는 규정이기 때문에 2020년 4Šm 이후에는 강남에 재건축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이유로 지금 있는 집은 또 값이 오를 수 있다. 이제 서울의 강남은 딴 나라다. 강남을 가려면 최소한 10억 이상을 쥐어야 한다. 부동산 복이 없는 당신이 그 돈을 준비해서 강남으로 가게 되면 강남 집값이 떨어져서 손해를 볼 수 있다. 인생과 부동산은 후회의 연속이다. 알 수 없는게 부동산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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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22 [14:36]   ⓒ 전국아파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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